형제/자매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어릴 적 엘리베이터 버튼을 서로 누르겠다고 싸우다가 부모님께 굉장한 수준의 욕을 먹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.
그만큼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것은 재미가 있었는데, 버튼 누르기를 좋아하는 것은 요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여 나는 조카들에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선물해주고 싶었다.
1. 염가판
처음에는 그냥 버튼이었다.
사실 한 다섯, 여섯 살 때까지는 대충대충 해줘도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똑같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실 동그라미에 숫자만 써 놓아도 잘 갖고 놀아줄 것이다.
(일례로 나는 파란색 크레파스로 동그라미 세 개와 점 세 개를 찍고 아기 조카에게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. 뽀로로 잘 그렸다고.)
하지만… 그래도… 뭔가… 좀 더 느낌을 내고 싶었던 나는
알리 익스프레스에서 누르면 불이 나는 키보드 테스터와 아주 얇은 숫자 키패드를 구매하여 (조카 부모님의 동의 하에) 안방 문 벽에 붙여서 잘 사용했다.
이것은 이미 떼었기 때문에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.
[이런 걸 사서 아래 커넥터는 잘라낸 후 벽에 붙였다. (키패드 뒷면에 양면테이프가 붙여져 있어 매우 편리) 아두이노 매트릭스 키패드 스위치 이런 키워드로 검색하면 나옵니다.]
[빛이 너무 밝아서 LED부분에 반투명 테이프를 붙여 밝기를 낮추었음. 두 개를 이어 붙이고 화살표를 그려 넣으면 뭐…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(3살 눈 기준)]
들인 돈 : 약 3천 원 (키패드+키보드 스위치 테스터 2개)
문제점 : 내 눈에는 전혀 엘리베이터라는 느낌이 들지 않음. 뗄 때 벽지도 뜯어져서 보기 지저분해짐. 그냥 쓰면 눈 아픔
2. 가성비최악+노동 최악판 (가챠)
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.
엘리베이터 버튼이 가챠로 나온 것을 알게 되어 미친 듯이 검색해보았다.
국내에서 수입 판매한 곳이 없어서 2번 사진 가챠에서 층수가 있는 것만 중국 타오바오에서 해외구매.
중국 내 배송비+해외배송비 하니까 약 3만3천 원이 들었다… 근데 뭐 국내 수입했어도 비슷한 비용이 들었을 거 같긴 하다.
층수는 스티커로 붙이는 거라 열림/닫힘 버튼은 스티커로 제작했다. 하는 김에 숫자들도 스티커로 뽑았다. (가챠 동봉 스티커는 약간 기울어져있어서.. 맘에 안 들었다)
한 장 1,200원이고 배송비가 3,000원… 다른 방법도 있었겠지만 마음이 급하고 기왕이면 깔끔하게 하자 싶어서 그냥 결제했다.
이미 제법 만족스럽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.
여기에 이제 버튼들이 들어갈 몸통을 만들어야 했다.
사실 이 작업에는 참고(==보고 베낀) 트윗 사진이 있어서 그걸 첨부한다.
メイキングこんな感じでした。スチレンボードと工作用紙、ステンレス調のリメイクシートなんかでできています。『つなげて集めろ!エレベーターボタン』が大変よくできたガチャガチャなので、押すと光ります。子、大喜び。 pic.twitter.com/4SuO697CxX
— ムラヤマもぐたん (@mgmgtabetan) August 20, 2021
필요한 것 : 메탈 느낌 리폼 시트지 (2000원) , 우드락(보드롱?? 각각 천 원) 목공풀이나 양면테이프나 테이프
우드락은 전지 사이즈 하나만 사려다가 300*450mm 사이즈가 있어서 그거를 두께 별로 하나씩 구매했다.
컴퍼스 같은 게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그걸 또 살 수는 없어서 그냥 대충 자로 슥슥 그으면서 아주 지저분하고 약간 애매하게 완성했다. 컴퍼스는 있으면 좋을 것 같다…
완성작.
마무리 좀 지저분하긴 한데 그럭저럭 괜찮았다. 메탈 시트지인데 색상 때문에 별로 메탈 느낌 안나는 게 아쉽다. (실제로 보면 결도 보이고 사진보다는 낫긴 하다.)
총 들인 돈 : 41,150원
문제점 : 이거 얼마 주고 만들었냐?? 했을 때 4만 원 넘게 들었다… 고 말하기가 좀 부끄러웠다.
3. 8만 원으로 그럴듯한 거 사기 (해보진 않음)
가챠 도착을 기다리며 검색해보니 이런 게 있었다.
(참고로 대부분 영어 웹 중웹 일 웹 번역기 쓰면서 찾아봤는데 이런 게 나온 건 일본 웹뿐이었다.. 내가 일본 웹만 찾은 게 아니다..)
가격은 국내 배송비까지 생각하면 8만 원 정도면 될 거 같다.
3D 프린터로 만든 거라 조금씩 파는 것 같다 (품절 되었다가도 며칠 후에 보면 다시 재고가 올라와 있다.)
만듦새가 매우 좋고 작동도 훌륭해 보이지만
이미 가챠가 오고 있는 터라 사기가 그랬다. 그리고 사실 장난감에 이 정도까지 돈을 쓰기는… 다소 그러한 면이 있긴 하다.
※혹시 사실 분들을 위한 링크를 첨부합니다.
https://minne.com/items/23834301
4. 만 원 대의 비용과 노동 판
3번을 보며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.
이거 내가 아두이노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?? 할 줄 모르지만 코딩은 조금 배웠으니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??? 3d프린트도… 이참에 배워??? 하면서 아두이노로 제작했을 때 쓸 수 있는 led 푸시버튼 같은 게 없나 검색해보던 나는 충격을 받게 된다.
내가 그렇게 찾던 스타일의 푸시버튼 조명이 떡하니… 저렴한 가격에… 몇 년 전부터… 국내 쇼핑몰에서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.
하지만 이미 가챠는 중국에서 왔고 완성까지 다한 상태…
그래서 또 살 필요는 없었지만 여기까지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것도 샀다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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글을 옮기게 되면서 아직 해당 상품을 파는지 확인해보았는데, 품절이었습니다..
그래서 구글링을 해보았지만 비슷한 게 안 나와서..
만약 만드시게 된다면 조금 더 큰사이즈로 가거나 (6.1cm~6.7cm /1,2번 사진) 작은 터치형(2.xcm 3번사진) 같은 대안을 생각해보셔야할 것 같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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받고 보니 정말로 내가 원하던 딱 그 스타일이어서 조금 화가 났다… 조금만 더 찾아볼 걸.. 섣부르게 가챠 산 게 매우 후회되었지만 이 글을 씀으로써 대한민국 DIY 어린이 장난감 엘리베이터 버튼 보급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테니 그거면 됐다고 생각하기엔 나는 너무 속이 좁은 것 같다.
이것도 판을 만들었다. 가챠 만들 때와 거의 같은 방식이었지만 가챠 버전은 지들끼리 결합이 되어서 편했는데 얘네는 원형이라서 약간의 고충은 있었다.
지금 생각해보면 동그랗게 파내고 딱 맞게 끼워 넣는 것도 좋았을 거 같은데 동그랗게 파내는 것도 일이었을 거 같고…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.
완성작(오른쪽).
별로 밝지도 않으면서 왜 사진 찍을 때는 안 보이는지 모르겠는데 실제로는 켜진 상태에서도 버튼의 숫자/기호가 아주 잘 보인다.
그리고 왼쪽처럼 검은 테두리 있는 게 좋아 보여서 매직으로 그려봤는데 (오른쪽 열림 닫힘 버튼을 잘 봐주세요..) 아주 실패해서… 볼 때마다 눈물이 날 것 같다…
총 비용
LED스위치 버튼 6개 + 배송비 : 10,900원
우드락 2+시트지 1 : 4000원 (하나만 만들 거면 우드락을 하나만 사셔도 충분합니다 그럼 3천 원)
스티커 제작(투명 용지/유광) : 스티커 1200원+배송비 3000원= 4200원
(프린터가 있다면 프린트 후 글자만 잘 잘라서 투명 테이프로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.)
끝내며
처음 생각할 때 목표 예산이 2만 원이었는데, 예산을 좀 많이 오버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오랫동안 만들고 싶었던 걸 만들어 내서 뿌듯합니다.
또 저는 4층짜리로 만들었지만 10층, 20층 짜리로 만들면 숫자읽기를 익히기 시작한 유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.
하지만…
너무 에너지 쓰지 말고 간단히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..비주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어른들 뿐인 것 같거든요.. 그렇게 많이 갖고 놀지도 않고요…….